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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초저가로 무장한 편의점 PB 생수, 삼다수 왕좌 위협

 국내 생수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3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생수 시장에서, 27년간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제주삼다수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쿠팡과 편의점의 자체 브랜드(PB) 생수들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며 전통 강자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40.4%로, 지난해 무너졌던 40% 선을 간신히 회복한 상태다. 소매점 취급률은 여전히 90% 이상으로 높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와 유통 구조 재편이 맞물리며 시장 지형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엔데믹 이후 1인 가구 증가와 가성비 트렌드가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인지도보다 가격, 유통 편의성, 친환경성과 같은 실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의 중심축도 브랜드 중심에서 가성비와 접근성을 앞세운 유통 기반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흥 강자는 쿠팡의 PB 생수 '탐사수'다. 2017년 출시된 탐사수는 로켓배송과 정기배송 기반의 편리한 유통망을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다. 동일 용량 기준 가격은 삼다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로켓배송으로 손쉽게 받아볼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특히 정기배송을 통한 생수 구독 서비스로 충성 소비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삼다수와 백산수 등 기존 브랜드들이 로켓배송에서 배제된 틈을 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편의점 업계도 생수 시장 경쟁의 주요 전선이다. GS25의 '유어스', CU의 '헤이루' 등 편의점 PB 생수들은 초저가 전략과 1+1 행사로 실속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라벨 생수'를 전면에 내세워 친환경 트렌드까지 선점하고 있다. 라벨을 제거한 투명한 병은 재활용이 용이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게 만든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가격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PB 생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와 친환경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생수 빅3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의 아이시스는 초경량 페트병으로 친환경 라인을 강화했고, 농심 백산수는 가격 인상 대신 물류 효율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삼다수 역시 광고 모델을 임영웅에서 박보영으로 교체하고, 팝업스토어 운영과 온라인 직영몰 확대 등 소비자 접점 강화에 나섰다. 쿠팡 입점도 타진하며 유통 채널 다변화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그러나 PB 생수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삼다수가 올해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삼다수가 여전히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전반은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했다. 쿠팡과 편의점 PB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오리온·풀무원 등 식음료 기업들까지 생수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하며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 경쟁력, 소비자 접근성, 친환경 요소가 생수 시장의 핵심 경쟁 기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삼다수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시장 구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